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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아님, 사일라흐x아웃캐스트 연성, 아웃캐스트 관련 다량 스포 수색이 붉게 타올랐다. 잔을 가볍게 흔들면 이윽고 검게 물든다. 언제나 보는 풍경이지만 늘 아름다웠다. 어딘가의 사무실에서 이 작은 찻잔에 꽃을 피워올리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온 뒤에는 그럴 여유가 적었다. 다른 오퍼레이터들에게 대접하는 일은 잦았어도 혼자서 문득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꽤 오랜만이다. 꺼내올린 티백에서 붉은 물이 찻잔의 둥근 외곽을 따라 흘러 떨어진다. 훈련이 끝나고 방으로 돌어왔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제인은 혼자서 마시는 차에 물주전자를 올리기는 너무 늦었다고 판단했고, 또 이 평화로운 소음으로 이미 잠에 들었을 다른 동료들을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티백의 꽁지에는 익숙한 빅토리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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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방주 멸망 if / 글래디아 드림 네 실력이 어쨌든 간에 그 여자는 네 손을 잡고, 네 허리를 당겨서…… 마치 네가 스스로 춤을 잘 추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게 하지. 네 춤 솜씨가 얼마나 엉망이든 상관없어. 그 여자가 네 치맛자락을 밟을 일은 절대 없으니까. “춤추자.” 박사가 손을 내밀었을 때 글래디아의 팔에는 가시나무같은 그물과 푸른 체액 따위가 달라붙어 있었다. 어쩌면 그 중 일부에는 그에게서 흐르던 것이 섞여있는지도 모르고. 박사의 숨은 옅었다. 반으로 갈라진 개체 너머에서 글래디아의 냉막한 눈동자가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놀라운 전략인데요.” 음성에는 쇳소리가 섞여 인간의 언어라기보단 자연이 삐걱대는 소리처럼 들렸다. “최선이야.” 글래디아는 가볍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에게 패배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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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부짖는 광명 이후 / 켈시+프로스트노바 드림 뜨거운 공기가 아직도 사령탑을 데우고 있었다. 탈룰라를 태운 비행체가 엔진 끓는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떠났다. 그는 하늘에 손을 뻗는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문양이 찍힌 비행체가 주먹 안에 들어왔다. 그것을 쥐어 우그러뜨려도 비행체가 정말로 손 안에 들어오는 일 따위는 없다. 작아지는 비행체의 실루엣은 이내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연기가 가득한 상공을 벗어난다. 오로지 화흔만이 이곳에. 누가 과연 탈룰라를 심판할 권리가 있는가? 누가 감히 감염자를 심판하지? 우리는 어디서부터 피해자고 어디서부터 가해자인가? 탈룰라의 죄값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우리에겐 남을 심판할 자격이 없다. 켈시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질문들조차도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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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시나리오 VOID 다량 스포 "난 안드로이드를 싫어해." 지극히 단순해서 굳이 최신형 안드로이드가 아니라도 내릴 수 있는 삼단논법. 고마 마야는 안드로이드를 싫어한다. 앙겔라는 안드로이드다. 고마 마야는 앙겔라를 싫어한다. 적합률 100%. 세상에 정말로 그런 확률이 존재한다고? 무언가의 오류일 것이다. 앙겔라가 이 결과를 도출하는 데에는 0.47초도 걸리지 않았다. 굳이 곁들여 설명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신체 건강한 20대 청년이 누구도 접근 불가능한 지하 벙커에서 혼자 문을 잠근 채로 안전하게 잠들어 있다고 해도 다음 순간 살아있을 확률은 한없는 99.99%에 수렴할 뿐 100%라는 결과를 내놓지는 않는데, 하물며 오차범위가 크면 컸지 적지는 않을 두 인격체의 만남을 100%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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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edY-k6TmVw마리포사 라모스의 인생은 짧았다. 순식간이었다. 허무하리만치 잠깐이었기 때문에 마리포사는 죽는 순간 자신의 인생이 실은 꿈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치만 이렇게 간단하게 죽는 인생이라니 이상하잖아? 누구나 영화의 주인공에 스스로를 대입하지는 않아도 떨어지는 차에 죽는 엑스트라에 대입하지는 않는 법이었고, 그건 우습지만 마리포사에게도 마찬가지었다. 그러니 실은 인생 전체가 꿈이었던 거다. 나비가 어쩌다가, 지나가던 사람을 보고 자신으로 착각했던 꿈…. 한낱 미물이 만물의 영장이 되는 꿈……. 그러나 마리포사의 앞을 막아선 사람이 있었고, 그 순간 마리포사 메리벨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 "마리포사 씨."눈이 깜빡인다."마리포사 씨?"마리포사는 어지러운 머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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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의 밀로이에겐 성이 있었다.그때쯤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과 누나도 있었다. 한쪽 손에는 아버지의 손을 한쪽에는 형의 손을 잡고 성당에 갔다. 높은 아치형 천장 아래 빛나는 유리조각들이 밀로이에겐 진짜 천국처럼 보였다. 신부의 목소리가 성경구절로 들리기보다는 노랫자락으로 들리는 나이였고, 그래서 책보다는 친구와 모래사장에서 뒹구는 시간이 길었던 밀로이는 때때로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꺼트리기도 했다. 그러고도 아무도 꾸중하지 않는 유년기가 갔다.대학교에 들어갈 때쯤엔 더 이상 성당에 갈 필요가 없었다. 종종 어머니가 언덕 너머에서 과일이나 직접 기른 채소 따위가 가득 든 바구니를 들고 넘어왔고 그 바구니를 넘겨받아 돌아오는 길에서나 성당에 들르곤 했다. 밀로이는 아름다움에 언제나 솔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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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이 되지 않으려는 것은 결국 자기 절제적인 행동이고... (굿보이가 해준 멘트에요 빌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검은 액체가 흘러내린다. 바닥으로 떨어진다. 고인다. 이것은 차라리 인간이기보다는 웅덩이였다. 녹은 뇌가 어렴풋이 죽음을 떠올린다. 온 몸이 녹아내려 어디가 팔이고 어디가 다리인지도 구분할 수 없는 이 고통 속에 영원히 잠길 수 있다면. 웅덩이는 죽음을 꿈꾸지만 웅덩이의 죽음이란 아무도 죽음이라 부르지 않는다. 웅덩이가 아닌 것일 뿐이다. 괴물은 태어난 순간부터 검었다. 악했다. 가장 처음 눈뜬 순간부터 제 발로 딛고 일어나는 대신 저보다 약한 것들을 잡아먹고 짓밟아 몸집을 불렸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올라서고 싶은 장소에는 도달할 수가 없었다. 너무 약하게 태어난 탓에. 본래부터 악했던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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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2mkOUrmsUmA 입김이 하얗게 모였다가 둥그렇게 흩어진다. 그 위로 눈송이가 한숨처럼 스쳐간다. 겨울이다. 제로페는 언 손을 코트자락에 부비려다가 그만두었다. 그건 영 가오가 살지 않는 일이고, 이 날씨에도 거리에는 끊이지 않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있었으므로 제로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대신 손을 주머니에 끼워넣었다. 그것도 코트 끝에 눈송이가 몇 개 매달려 있었으므로 썩 만족스러운 온기를 제공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아까보다는 나았다. 귀가 시린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벤치에 눈이 쌓일 정도의 날씨는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제로페가 라이덴을 기다리기 시작한지는 두 손으로 꼽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으나 날씨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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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Z3bNAvaQihA 노래~ 탐사 259일째, 우리는 버려진 우주선을 또 하나 발견했다. 이렇게 버려진 우주선을 발견한 것만도 벌써 열 손가락이 넘었지만, 우주에서 위협적으로 날아드는 거대한 먼지들의 습격을 받고도 아직 멀쩡한 우주선의 형태로 남아있는 일은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흥분해 있었다. 어쩌면 새로운 역사적인 발견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탐사대원인 우리가 발견하는 것들의 90% 이상은 이미 사라진 과거의 슬픈 단편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배를 발견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작은 역사를 발굴해 내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셋은 곧바로 탐사복에 공기를 채우고 우주선으로 돌입했다. 이전 탐사에 머리 위로 해골이 우수수 쏟아지는 경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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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기억을 꺼내보자. 그에게 가장 오래된 기억은 서른 살 때이다. 그럴 수 있을 리 없으나 그렇다. 오염지대 안쪽에서 의식을 잃은 피난민을 발견했다.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지저분했다. 그의 시간을 되감고 또 되감았다. 얼마나 되감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나 정신이 들었을 때에 그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도시로 돌아온 다음에서야 기억이 났다. 그는 자신이 떠나온 도시가 멸망했단 걸 잊었다. 그는 집을 향해 돌아갔고 자신은 그를 배웅했다. 아주 오랫동안 그를 찾아다녔으나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어쩌면 그렇게 오래는 아닐지도 몰랐다. 그는 일기장을 펼친다. 6월 다음에는 11월, 11일 다음에는 6일이 적힌 일기장이다. 대피소에서 눈을 뜬 것이 아무리 올려 깎아도 삼년은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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