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이 되지 않으려는 것은 결국 자기 절제적인 행동이고...
(굿보이가 해준 멘트에요 빌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검은 액체가 흘러내린다. 바닥으로 떨어진다. 고인다. 이것은 차라리 인간이기보다는 웅덩이였다. 녹은 뇌가 어렴풋이 죽음을 떠올린다. 온 몸이 녹아내려 어디가 팔이고 어디가 다리인지도 구분할 수 없는 이 고통 속에 영원히 잠길 수 있다면. 웅덩이는 죽음을 꿈꾸지만 웅덩이의 죽음이란 아무도 죽음이라 부르지 않는다. 웅덩이가 아닌 것일 뿐이다.
괴물은 태어난 순간부터 검었다. 악했다. 가장 처음 눈뜬 순간부터 제 발로 딛고 일어나는 대신 저보다 약한 것들을 잡아먹고 짓밟아 몸집을 불렸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올라서고 싶은 장소에는 도달할 수가 없었다. 너무 약하게 태어난 탓에. 본래부터 악했던 탓에. 방법은 그것 외에는 없었던 탓에. 올라간 길에 변명만이 하나씩 쌓였으나 되돌아보지 않았으므로 무엇도 그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 다만 올라갈 만큼 올라간 뒤에서야 깨닫는다. 위 같은 것은 없다. 세상에 아래와 위가 있다는 건 착각이다. 그가 기어올라온 곳은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여기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제가 밟고 온 것들이다. 약했고, 충분히 똑똑하지 못해서. 그래서 자신에게 먹힌 것들이다.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믿어 해왔던 모든 일들이 실은 그가 괴물이었음만을 깨닫게 한다. 돌아갈 수는 없다. 올라갈 수도 없다. 그는 멈춰선다.
인간이라면. 인간이었다면. 이럴 때 도망칠 것이다. 탈출구는 하나다. 망설여본 적 없는 마음이 자기 자신을 내던진다. 그 뒤에는...
무슨 몸이든 가리지 않는 착실한 약물이 녹아내린 그를 끌어모은다. 겨우 도망친 곳에서 끌고 온다. 그는 결국 오늘도 되돌아온다. 괴물 웅덩이에서 팔이 솟아오르고 다리가 기어나온다. 어두운 녹색 눈을 뜬다. 일어서기도 전에 몸에 잘못 끼워진 것들이 어디로든 튀어나왔다. 금속질의 무기이든, 음료수든, 모래주머니든간에. 토해낼 만큼 토해내도 몸의 어딘가에 다시 얼룩이 밴다.
찢어진 듯한 격통을 안고도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섰다. 인간의 몸을 한 채로도 다시 사람은 될 수가 없었다. 정말로 뱉어내야 할 것을 토해내기 전까지는. 그러나 그의 능력이 뱉어내는 것이 아니라 먹어치우는 것인 이상,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언제까지든. 그는 작은 웅덩이 그대로일 것이다. 몇 번의 육체가 늘고 줄어도 본질만은 바뀌지 않았다. 당연하다. 그릇에 무얼 담아도 그릇이고 컵에 무엇을 따르든 컵인 것처럼 마찬가지다. 웅덩이에 무엇을 담아도 웅덩이다. 그러니 바뀔 생각도, 바꿀 수도 없는 채로만. 그러므로 그는 영원히 미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저 이렇게 구차하게 살아가는 삶이 증오스러워도,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만을.
제게 깃든 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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